MRI 필요 기준: “MRI 찍지 마세요” 의사가 말리는 이유 (허리/무릎/어깨 통증 2025 가이드라인)

mri 필요 기준

프롤로그: “선생님, 제 허리 사진은 안 찍어보나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과 마주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자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옵니다.

“옆집 철수는 허리 아프자마자 MRI 찍고 시술했다던데…” “내 눈으로 뼈 속을 확실하게 보고 싶은데…”

불안해하시는 그 마음, 백번 이해합니다. 통증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사진으로라도 확인하고 싶은 것이 환자분의 당연한 심리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혼란스럽습니다. 어떤 병원은 “오자마자 찍자”고 하고, 어떤 병원은 “운동부터 하자”고 합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을까요?

정답은 의사의 ‘개인적인 감’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에 있습니다. 오늘은 2020년과 2022년에 발표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국제 연구(Cuff et al.)를 통해, 2025년 현재 적용되는 ‘MRI 필요 기준’과 내 돈을 아끼면서 가장 정확하게 치료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1. MRI가 ‘정말’ 필요한 순간, 단 3가지

MRI는 통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첫 단계로 찍는 ‘기본 검사’가 아닙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불필요한 촬영은 오히려 과잉 치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 가이드라인(Cuff et al., 2020)이 제시하는 MRI 필요 기준은 다음 3가지로 명확합니다.

① 위험 신호(Red Flags)가 있을 때 → “즉시 촬영”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통증의 원인이 단순한 근육 뭉침이나 인대 손상이 아니라, 신경 손상이나 심각한 질병일 가능성이 있을 때입니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지체 없이 MRI 필요 기준에 부합합니다.

  • 신경학적 이상: 다리 힘이 갑자기 툭 빠지거나, 감각이 남의 살처럼 둔해질 때
  • 마미증후군 의심: 대소변을 보려는데 조절이 안 되거나, 항문 주변 감각이 없을 때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고위험 외상: 낙상, 교통사고 등 큰 충격 이후 발생한 통증 (골절 확인)
  • 전신 질환: 발열, 오한 등 감염이 의심되거나 암 병력이 있을 때

② 4–6주간 치료했는데 호전이 없을 때

“일단 쉬어보자”는 뜻이 아닙니다. 운동, 도수치료, 약물치료 등 적극적인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약 6주) 했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를 말합니다.

왜 하필 6주(1.5개월)일까요? 대부분의 단순 근골격계 통증은 우리 몸의 자연 치유력과 재활을 통해 6주 이내에 호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도 아프다면, 그때는 “뭔가 다른 원인이 있나?”, “치료 방법을 바꿔야 하나?”를 판단하기 위해 정밀 검사를 고려합니다.

③ MRI 결과가 ‘치료 결정’을 바꿀 때 (가장 중요)

많은 분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MRI는 단순히 “내 뼈 상태가 궁금해서” 찍는 게 아닙니다.

“MRI는 네비게이션과 같습니다.” 목적지(수술/시술)가 정해졌을 때 길을 찾기 위해 켜는 것이지, 목적지도 없는데(단순 통증 관리) 켜두면 배터리(비용)만 닳습니다.

즉, 수술, 주사, 중재적 시술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는 단계가 아니라면, MRI는 당장 필요하지 않습니다. 찍어서 디스크가 나온들, 치료법이 똑같이 ‘운동과 약물’이라면 굳이 비싼 비용을 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 [관련 글: 광범위 회전근개 파열 – 수술 보류 기준(CALMeR Cuff)]


2. 왜 이렇게 MRI를 많이 찍게 되었을까요?

그렇다면 왜 우리는 “아프면 MRI부터”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2022년 Cuff 연구팀은 흥미로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환자들이 정보를 얻는 일반 의료 웹사이트들이 MRI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분석한 것이죠.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mri 필요기준 영상검사 안내 핵심메시지
  • 영상 검사의 효과를 과대평가하는 표현이 매우 많았습니다.
  • “정밀 검사를 안 하면 큰일 날 수 있다”며 환자분들을 불필요하게 불안하게 하는 문구가 많았습니다.
  • “MRI가 있어야만 제대로 진단된다”는 오해를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가 밝혀낸 영상 검사의 3가지 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진단 도구 아님: MRI는 원인 파악보다는 ‘치료 방침(수술 여부)’을 결정하는 도구입니다.
  2. 임상 맥락 중요: 영상 소견과 통증은 1:1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사진은 참조일 뿐, 환자의 증상이 우선입니다.
  3. 환자의 기대: “찍어야 낫는다”는 믿음 자체가 과잉 검사를 부릅니다.

👉 [관련 글: 어깨 충돌증후군 – 뼈가 찌른다는 오해 풀기]


3. MRI 필요 기준에 대한 5가지 오해와 진실

MRI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깨드리기 위해, 진료실에서 꼭 해드리는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A. MRI = 원인 찾기? (X) “사진 찍으면 다 나오겠죠?”라고 묻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50대 이후에는 디스크 탈출이나 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매우 흔합니다. 통증이 전혀 없는 건강한 사람을 데려다 MRI를 찍어도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즉, MRI에 무언가 찍혔다고 해서 그것이 꼭 지금 내 통증의 범인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B. ‘필요할 때만’이라는 기준 그래서 의학적으로 검증된 MRI 필요 기준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분별한 촬영은 “환자분, 디스크가 있네요!”라는 말 한마디로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들어버리는 부작용(낙인효과)을 낳기도 합니다.

C. MRI의 한계: ‘주름살’ 이론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듯, 뼈와 관절에도 주름살이 생깁니다. MRI에 보이는 퇴행성 변화는 많은 경우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일 뿐, 당장 수술해야 할 병이 아닙니다.

D. 진단의 핵심은 ‘임상평가’ “그럼 의사는 뭘 보고 진단하나요?” 바로 임상평가입니다. 의사가 직접 만져보고, 눌러보고, 움직여보는(이학적 검사) 과정이 MRI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환자의 병력과 증상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진단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 [관련 글: 회전근개 파열 – MRI보다 중요한 12주 재활 기준]

E. 불안감이 검사를 부른다 연구에 따르면, 충분한 설명을 들은 환자분들은 MRI 없이도 안심하고 재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불안함을 해소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이어야 합니다.


4. 부위별 MRI 필요 기준 체크리스트 (자가진단)

지금 병원에 가야 할지, 가서 MRI를 찍어야 할지 고민되신다면 아래 리스트를 확인해 보세요. (Cuff et al., 2020 가이드라인 기반)

🟦 허리 통증 (Low Back Pain)

  • [ ]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 힘들거나 대소변 장애가 있다.
  • [ ] 최근 암 수술 병력이 있거나, 원인 모를 고열이 난다.
  • [ ] 6주 이상 치료해도 전혀 호전이 없거나 더 아프다.
  • [ ] 척추 골절이 의심되는 큰 외상이 있었다.

🟧 어깨 통증 (Shoulder Pain)

  • [ ] 팔을 스스로 들어 올릴 수 없다 (회전근개 완전 파열 의심).
  • [ ]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
  • [ ] 약물, 주사 치료에도 반응이 없어 수술을 고려 중이다.

👉 [관련 글: 회전근개 파열 – 수술 없이 좋아지는 최신 기준]

🟩 무릎 통증 (Knee Pain)

  • [ ] 무릎이 꽉 잠겨서 펴지거나 구부러지지 않는다 (Locking).
  • [ ] 다친 직후 퉁퉁 붓고 발을 땅에 딛기가 불가능하다.
  • [ ] 6주간의 재활 후에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이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통증은 운동, 교육,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단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필로그: 불안함을 내려놓는 것이 치료의 시작

MRI는 치료의 ‘첫 단계’가 아니라, 꼭 필요할 때 맞추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어야 합니다.

오늘 MRI 필요 기준 체크리스트를 확인해보셨나요? 만약 ‘당장 MRI가 필요한 위급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지금 여러분에게 필요한 건 수십만 원짜리 검사가 아니라 내 몸을 믿고 기다려주는 6주간의 시간일지 모릅니다.

불안해서 찍는 검사가 아니라, 치료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Cuff et al. (2020, 2022)의 연구 논문 및 임상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나, 정확한 진단과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참고 문헌]

Cuff A, Jesson T, Yeowell G, et al. Recommendations on patient-facing websites regarding diagnostic imaging for low back, knee, and shoulder pain: A scoping review. PEC Innovation. 2022.

Cuff A, Davids J, O’Reilly M, et al. Guidelines for the use of diagnostic imaging in musculoskeletal pain conditions affecting the lower back, knee and shoulder. Musculoskeletal Care. 2020.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