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도수치료 분야의 세계적인 거장, 브라이언 멀리간(Brian Mulligan)의 저서 <멀리간 컨셉: 도수치료 NAGS, SNAGS, MWMs 등 (7판)>과 환자들을 위한 <등, 목, 팔다리를 위한 자가 치료(Self Treatment)>의 한국어 번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KAOMPT(대한정형도수물리치료학회)에서 멀리간 컨셉 강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선생님들과 임상 지식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번 번역 작업을 통해 멀리간 컨셉의 깊이와 철학을 다시금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오늘은 제가 강의와 번역을 통해 느낀 이 치료법의 핵심 원리와, 왜 이 개념이 전 세계 치료사들과 환자들에게 사랑받는지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멀리간 컨셉(Mulligan Concept), 무엇이 다른가?
멀리간 컨셉은 뉴질랜드의 물리치료사 브라이언 멀리간이 35년 이상의 임상 경험을 통해 정립한 치료법입니다. 기존의 도수치료가 치료사의 힘으로만 관절을 움직였다면, 멀리간 컨셉은 치료사의 도수 기술(Mobilisation)과 환자의 능동적인 움직임(Movement)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도수치료와 운동을 잇는 다리
제가 번역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림 중 하나가 바로 아래의 ‘다리(Bridge)’ 이미지입니다.

이 그림은 멀리간 컨셉의 핵심 테크닉인 MWMs(움직임을 동반한 도수치료)가 ‘수동적인 도수치료(Manual Therapy)’와 ‘능동적인 운동(Exercise)’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환자는 단순히 치료받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치료사의 도움(도수 교정)을 받아 통증 없이 운동(움직임)을 수행함으로써 스스로 회복의 길로 건너가게 됩니다.
한눈에 보는 차별점 (Other Manual Therapy vs Mulligan Concept)
제가 강의 때 자주 인용하는 표를 통해 그 차이를 명확히 보여드리겠습니다.

- 능동적 참여: 환자가 치료 과정에 수동적으로 누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치료에 참여(Active treatment with patient involved)합니다. 이는 치료 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환자 스스로 자신의 몸을 조절한다는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 기능적 위치: 치료는 비체중 부하 자세뿐만 아니라, 환자가 실제로 통증을 느끼는 기능적인 자세(예: 서기, 걷기, 앉기)에서 진행(Delivered in functional positions)됩니다. 이는 일상생활 복귀를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실시간 피드백: 관절 가동성 테스트 결과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중 실시간으로 통증이 사라지는지(Retesting occurs in real time)를 확인하며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반영합니다.
- 통증 없음: “No Pain, No Gain(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은 옛말입니다. 멀리간 컨셉은 치료 과정이 완벽하게 통증이 없어야(Pain free) 하며, 만약 통증이 있다면 잘못된 적용이거나 적응증이 아닙니다.
- 자가 치료의 통합: 치료사가 적용하는 기법뿐만 아니라,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자가 치료(Self-treatment)가 치료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2. 핵심 원리: ‘위치 결함(Positional Fault)’ 교정
이 치료법의 가장 바탕이 되는 이론은 ‘관절의 위치 결함(Positional Fault)’입니다. 부상이나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관절이 미세하게 제 위치를 벗어나면(Minor positional fault), 움직일 때마다 통증과 제한이 발생합니다.
멀리간 컨셉은 치료사의 손이나 벨트를 이용해 이 미세한 어긋남을 물리적으로 교정(Repositioning)한 상태에서 환자가 움직이게 함으로써, 통증 없는 즉각적인 회복을 유도합니다.

3. 치료의 대원칙: PILL과 CROCKS
번역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브라이언 멀리간이 강조하는 안전과 효율성에 대한 원칙입니다. 치료사와 환자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두 가지 약어가 있습니다.
1) 성공적인 치료의 기준: PILL

치료가 제대로 적용되었는지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입니다.
- P (Pain free): 치료와 움직임은 반드시 100% 통증이 없어야 합니다.
- I (Instant result): 결과는 그 자리에서 즉각적이어야 합니다.
- LL (Long Lasting): 효과는 오래 지속되어야 합니다.
2) 안전 가이드라인: CROCKS

치료사가 지켜야 할 프로토콜입니다.
- C (Contraindications): 금기증 확인
- R (Repetitions): 반복 횟수 조절 (첫날은 3회 제한 등)
- O (Overpressure): 과압 적용 (효과 극대화)
- C (Communication): 환자와의 소통
- K (Knowledge): 해부학적 지식
- S (Sustain): 교정 힘의 유지
4. 전문가를 위한 주요 테크닉 미리보기 (7판)
이번 7판은 최신 연구와 테크닉이 업데이트되어 도수치료사들에게 필수적인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 NAGs (Natural Apophyseal Glides): 경추 및 상부 흉추의 후관절을 진동하듯 부드럽게 움직여 통증을 줄이고 가동성을 높이는 기법입니다.

- SNAGs (Sustained Natural Apophyseal Glides): 척추 관절의 교정된 위치를 지속하면서 환자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기법으로, 가동 범위 회복에 탁월합니다.

- MWMs (Mobilisations with Movement): 사지 관절(팔, 다리)에 적용하는 기법으로, 관절을 교정한 상태에서 움직임을 수행하여 기능을 회복시킵니다.

- PRP (Pain Release Phenomenon): 6주 이상 된 만성 통증 환자에게 적용하며, 압박이나 스트레칭을 약 20초간 유지하여 통증을 해소하는 접근법입니다.

5. 환자를 위한 선물: 부위별 자가 치료(Self Treatment) 가이드
병원에서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멀리간 컨셉의 진정한 힘은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함께 번역한 **<자가 치료 가이드>**는 환자가 수건, 벨트, 테이핑 등을 이용해 스스로 통증을 조절하는 방법을 상세히 다룹니다.
- 두통 (Headache): 수건을 이용해 상부 경추(C1/C2)를 지지하고 회전시켜 두통을 완화하는 ‘두통 SNAG’

- 테니스 엘보 (Tennis Elbow): 손으로 팔꿈치 뼈를 바깥쪽으로 밀어준 상태에서 주먹을 쥐거나 움직여 통증을 줄이는 방법

- 발목 염좌 (Ankle Sprain): 테이핑을 통해 비골(종아리뼈)을 뒤로 밀어주는 방향으로 고정하여 회복을 돕는 방법

- 허리 통증 (Low Back Pain): 벨트를 이용한 ‘사자 자세(Lion exercise)’ 운동으로 허리 통증과 움직임 제한을 해결하는 법

6. 역자의 말
브라이언 멀리간은 “도수치료 분야에서 적응증에 맞게 사용했을 때, 이보다 더 즉각적이고 통증 없는 결과를 주는 개념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번역을 진행하며 저 또한 치료사로서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이 책들이 한국의 치료사들과 환자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곧 서점에서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